안녕하세요. BX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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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적 전략은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인 애독서였던 손자병법에 담긴 내용들입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 백전불태등의 문구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도 소개되었고, 손정의 회장[1]이 기업 경영 지침서로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 일본 소프트뱅크 기업
손자병법 모공편은 전쟁 승리를 위한 전략적 대응 방법을 제시합니다. '적을 치기 위해 계획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나, 적을 치기 위해 계획함에 있어 목표는 적을 쓰러뜨리는 것일 수 없다.' 전투의 승패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적을 치는 행위 자체가 손해를 유발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닌 잘 "꾀함'으로서 승패를 떠나 어처구니없는 위기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꾀함'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피지기'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손자병법의 경우처럼 이런 전략은 현재 온라인 경쟁 구도에서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이 전략을 생산자와 구매자의 대립 구조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BX는 지난 3년간 3,000곳 이상의 현지 공급처와 긴밀히 협력해왔고 수많은 온라인 셀러들이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피지기' 하지 못하여(즉, 판매자를 잘 알지 못하고 본인의 사업 현황을 잘 알지 못하여) 성장이 정체되거나 기회비용을 낭비하는 것을 수없이 바라봤습니다. BX 팀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중요한 시기를 낭비하지 않는 예방법을 학습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문제의 원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브랜드 상품은 왜 마음처럼 제작할 수 없을까?
해외 직구나 사입으로 시작된 회사를 더욱 키우기 위해서 누구나 브랜드 사업을 준비합니다. 모든 온라인 셀러가 빅 브랜드를 꿈꾸거나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춘 다수의 브랜드를 운영하길 희망하지만, 어째서인지 제품 준비부터 발목을 잡습니다. 단순한 Logo 작업일지라도 세상에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은 언제나 예상 범위를 초과하는 업무량과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너무 쉽게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켰다면 올바른 브랜딩이 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것은 브랜드이기 보다 소모성 컨탠츠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로고를 교체하는 것은 브랜드 제품 제작의 가장 일반적 시작입니다. 국내 빅브랜드들[2]도 여전히 수많은 제품들에 대해서는 단순히 로고만 변경하는 OEM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매자가 느끼기에 로고 변경 작업을 위한 소통이 매끄럽지 않게 진행되거나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애초에 로고 변경은 로고 파일을 제작하고 전달하는 것처럼 단순한 업무로 설계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분명 브랜드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좋은 준비와 시작이었지만, 아직 빙산의 일각의 한 면만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2] 생활용품, 가전 등 이미 대중화된 주류 브랜드들도 모든 제품의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협력 공장에서 개발되는 신제품에 로고만 변경하여 수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고 변경 작업에 수반되는 업무들은 간단히 나열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목록화하면 어려울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생산 과정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많고, 일부 정보들은 실제로 그 단계에 도달하기 전까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기도 합니다. 브랜드 작업에 수반되는 업무 내용과 양을 정의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으로 가늠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고된 노력으로 생산자와 소통하며 힘겹게 브랜드 작업을 이어나가게 되고, 이미 학습했다고 생각한 내용이 새로운 생산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할 때 브랜드 제작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품 생산과 조건 협상만큼은 열심히 소통하고 더 많은 시간 일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이 구간에는 현명한 대처 방법이 있고 이것으로 경제적인 이득은 물론 환상적인 기회비용을 획득할 수도 있습니다.
생산 구조를 이해하라. 그리고 만나라.
제품은 생산 설비와 관리자 그리고 시스템 간의 협업 결과물입니다. 생산 시설에서 통용되는 시스템은 존재하지만, 설비와 관리자는 분야마다 고유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문제는 이 '고유의 전문성'이 동일한 제품군에서도 통용되지 않아 구매자가 생산자를 이해하기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구매자가 생산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면 생산자의 제안이나 말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BX 가 브랜드 제품 제작과 관련된 소통을 할 때 공장을 직접 방문하거나, 생산 설비를 자세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모두 일련의 매끄러운 소통을 위한 과정입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외박스 주문 제작에는 외박스의 재질과 두께, 규격, 포장 방식, 테이핑 방식, 1회 매입 수량, 부자재 재고 관리 등의 정보가 원가와 품질에 영향을 줍니다.
제품 제작 경험이 부족하다면 거의 모든 경우에 생산자와 소통 단계에서 앞서 나열한 항목 한 가지 한 가지를 이해하고 확인하느라 애를 먹게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 통용되는 단위를 사용할 수 없거나 중국에서 설명하는 단위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사진과 영상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됩니다. 또는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고 모든 원자재 샘플을 한국에서 직접 수령하고 확인하고서야 의사 결정이 마무리되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습니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박스를 예시로 들었지만, 제품 제작 과정의 수많은 구간에서 동일한 현상이 반복되고 이는 회사 성장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는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BX 팀이 발견한 구매자들의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문 제작 소통 초기 단계에서는 꽤나 디테일한 요구 사항들을 생산자에게 전달하게 되나 1~2번의 소통 후에 대부분의 요구 사항들은 반려되고 결국 생산자가 '주로' 선택하는 옵션들을 기준으로 다시 요구 사항을 정리하며 1차 협의가 마무리됩니다. 2차 협의에서는 구체적인 거래 조건을 결정해야 하는데 앞선 협의에서 판매자가 대부분의 조건을 결정했기 때문에 구매자는 수동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패턴들은 단지 구매 수량의 많고 적음보다 생산 시스템에 대한 부족한 이해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이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23년 저는 액세서리 케이스를 생산하는 공장을 연이어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당시 8번째 공장을 방문하고서 한 가지 교훈을 얻었습니다. 제품 제작에 대한 협의는 생산 설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아무리 번듯한 제품의 아이디어와 설계가 있더라도 생산 현장에서는 작업자 한 명의 작업 방식에 따라 그것이 어려운 일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쉬운 일이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동일한 제품의 동일한 공정을 일부 공장은 수작업으로, 일부 공장은 전자동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공장은 품질이 일정하지 않고 실수가 잦지만 제품을 수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자동화 공장은 품질은 일정했지만 제품에 대한 수정 범위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완제품의 포장 단계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되는데, 100개를 한 묶음으로 포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작업 공장은 자동화 공장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자동화 공장은 오히려 묶음 포장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비용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구매자가 두 공장에서 동시에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거래 조건입니다. 납기 일정이 긴박할 때 생산 일정을 조정하는 것 역시 생산자마다 다른 대처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건은 다양하지만 생산자는 구매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알아차리고 제안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수동적인 협업 패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구매자가 생산자를 만나고 공장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이로써 구매자는 제품 생산 과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내가 필요한 것과 생산자가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값비싼 출장 비용에 비해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소통 효율화와 제품 경쟁력을 기대한다면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일입니다.
잘 팔아라. 그리고 새로운 협업 구조를 설계하라.
구매자는 구매 능력에 따라 생산자와 새로운 협업 구조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구매자들은 구매량이 늘어날 때마다 더 낮은 단가를 요구합니다. 구매 수량과 단가는 거래 계약에서 가장 기본적인 협상 조건들이지만, 문제는 계획성 없는 단가 인하 요청은 거래 관계를 악화시킨다는 점입니다. 구매자의 무조건적인 단가 인하 요청은 생산자가 그것을 거절하더라도 관계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단지 언어나 소통 방식 때문에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긴밀한 소통은 그 자체로 훌륭한 협업 방식입니다. 생산자와 직접적인 소통 관계를 형성하고 생산자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생산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할 수 있고, 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경쟁력 있는 전략을 구상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생산자는 제품에 대한 질문에 신이 나기 마련이고, 자기 제품을 인정해 주는 고객과 협업하길 원합니다. 성장을 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생산자를 만나는 것은 목표 달성의 열쇠인데, 그전에 내가 그러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구매자인지 생각해 봅시다. 비즈니스에서 온전하고 건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한 대화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소통 과정에서 구매자와 생산자 사이에 존재하는 큰 정보의 격차를 발견하게 됩니다. 만약 정보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면 두 정보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BX 팀은 거래 관계에서 구매자나 판매자가 솔직하지 못하여 발생된 분쟁들을 수없이 해결해 왔기 때문에 올바른 소통과 관계 형성이 협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한 번의 무역을 위해서는 15~60일 이상 수많은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고 제품 수가 늘어나고 복잡해질수록 외환, 세무, 법률, 인사 등에 그것을 뒷받침하는 행정 업무까지 업무의 범위가 대단히 넓어집니다. 중요한 부분은 기존의 기성품을 구매하던 방식대로 브랜드 상품 제작을 진행할 때 발생하는 대부분의 업무 지연과 문제는 소통 단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별도의 소통 담당자나 팀을 구축하고 기존의 무역 흐름과 분리하여 업무를 진행해야 합니다.
별도로 구축된 소통 전문 팀은 존재 그 자체로 생산자와 새로운 협업 구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회사는 지속적으로 무역과 제품에 대한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서 꾸준히 제품을 개선하고 개발하는 업무에도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판매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거래 조건을 검토, 개선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무역 업무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문 제작 제품들의 발주 속도를 가속화할 수 있는 핵심 부서로 성장하게 됩니다. 회사의 구매 능력이 소통 담당자들의 든든한 백이기 때문에 회사는 준비하는 상품을 '잘 팔아야'만 합니다.
핵심은 제품 제작에 앞서 한국 시장을 들여다보는 노력만큼 또는 그 이상 생산자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제품을 모르는 브랜드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고, 마케팅만 의존하는 브랜드는 자원이 아주 비효율적으로 낭비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어야 합니다. 운으로 성장하던 시기는 지나고, 우리 모두는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실패를 피할 만큼의 현명함이 필요한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EDITOR : PATR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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